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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경청의 3단계

내가 오늘 크게 배웠네 그려. 자네 말도 참 옳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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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기사입력 2020-09-08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우리 속담에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이 시키는 대로 하면 실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익도 생긴다는 뜻이지요.

 

그럼 경청(傾聽)이란 무엇인가요? 가끔씩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외모가 출중하지도 않고 옷도 평범하게 입는데 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남녀관계를 떠나서 사람 자체가 괜찮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맞아! 그런 사람은 대화가 잘 통해.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준다는 느낌이랄까? 나는 어색한 분위기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그런 사람이 있으면 말을 많이 하게 되더라” 다들 고개를 끄덕이네요.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경청만 잘해도 매력적인 사람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된 것이지요.

 

《논어(論語)》에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름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그만큼 말은 한번 내뱉으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할 수도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공자(孔子)님의 말씀입니다. 공자가 평소 능변(能辯)을 싫어한 이유 중 하나는 가볍고 매끄러운 언어 사용으로 말들이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처세술의 하나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경청(傾聽)’이 아닐까요? 동지 간에도 가족 간에도 조급한 판단으로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이 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하는 자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가장 좋은 대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경청입니다. 그 경청의 3단계가 있습니다. 1단계는 귀로 듣는 것이고, 2단계는 눈으로 듣는 것이며, 3단계는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제 1단계, 귀로 듣는 것입니다.

대화상대를 집중하여 보고, 불필요한 잔 동작을 없애며, 진지하게 몰입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내 경청을 느끼도록, 지나가는 사람도 뭐 그리 재미있을까 한 번 더 돌아볼 정도로 들어줍니다. 고개도 끄덕이고, ‘네에~, 그렇군요.’ 하고 추임새도 넣어줍니다. 온 몸으로 들어주는 것입니다.

 

제 2단계, 눈으로 듣는 것입니다.

상대의 진정한 의도와 마음에 빠지는 것입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는 ‘다음에 이런 말을 해야지,’ ‘이건 틀린 소린데,’ 하지 말고 눈을 빛내며 듣는 것입니다. 이런 몰입은 대화를 더욱 멋지게 만듭니다.

 

제 3단계,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정말 어려운 단계입니다. 정말 상대의 말을 긍정(肯定)한다면, 내 신념을 바꿀 각오를 하고 듣는 것입니다. 대개 사람들이 2단계까지는 잘 구사합니다. 그러나 3단계의 경청은 배우자에게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물며 적에게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만일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천하를 얻든, 동지를 얻든, 매일 매일 진보하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이 강진으로 유배 되었을 때, 형인 정약전(丁若銓 : 1758~1816)에게 쓴 편지에 주막집 노파 이야기가 나옵니다. 천주교 신자에 국사범(國事犯)이라 그런지 하루 종일 대화의 상대가 없던 그에게 주막집 노파가 말을 걸었습니다.

 

“나으리께선 글을 많이 읽으신 분이니 감히 여쭙습니다. 부모의 은혜가 같다고는 해도 제가 보기에는 어미의 수고가 훨씬 더 큽니다. 그런데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보면 아버지는 무겁고 어머니는 가볍게 여깁니다. 성씨도 아버지를 따르고, 상복(喪服)도 어머니는 더 가볍게 입습니다.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지요?”

 

“아버지께서는 나를 낳아주신 분이 아닌가? 어머니 은혜가 깊다 해도 세상에 처음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은혜가 더욱 중하기 때문이네.” “제 생각은 다릅니다요. 초목으로 치면 아버지는 씨앗이고 어머니는 땅입니다. 씨를 뿌려 땅에 떨어뜨리는 것보다 땅이 양분을 주어 기르는 공은 더욱 큽니다.” “아무리 그래도 밤의 씨앗은 자라서 밤이 되고, 벼를 심으면 벼가 되는 거라네”

 

“이처럼 몸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은 모두 땅의 기운이지만, 마침내 종류는 씨앗을 따라 가는 것이네. 그래서 옛날 성인께서 가르침을 세워 예(禮)를 만들 적에도 아마 이 때문에 그랬던 것이야. 아무튼 할멈! 내가 오늘 크게 배웠네 그려. 자네 말도 참 옳으이.”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내가 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도반 동지 간의 충고에 귀 기울이며, 들어 줄 수 있는 자세는 절대 필요한 것이 아닐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9월 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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