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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현양격고(縣羊擊鼓)

양을 매달아 북을 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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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기사입력 2020-08-31

이정랑 언론인/논설고문/중국고전연구가

 

전쟁사에서는 ‘허장성세’로 적을 현혹시키는 예가 아주 흔한 것 같다. ‘현양격고’도 ‘허(虛)’로써 적을 제압하는 책략이다. 그 뜻은 양을 매달아 두 발을 버둥거리게 하여 마구 북을 두드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략의 요지는 적을 헷갈리게 만드는 데 있다. 송나라 때의 장수 필재우(畢再遇)는 금나라 군대와 작전하는 중에 이 방법을 썼다.

 

『자치통감』에 나오는 이야기다. 1206년, 필재우는 금군과 보루를 쌓아놓고 대치하고 있었다. 금군은 군대 수를 갈수록 늘려갔고, 중과부적이라고 판단한 송군은 철수를 결정했다. 금군과 대치하면서 필재우는 낮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북을 두드리게 했다. 이는 적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철수하면서 북 소리가 끊기면 적이 틀림없이 이상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한 필재우는 적을 속이고 안전하게 철수를 마치기 위해 바로 ‘현양격고’의 계략을 운용했다. 우선 양 몇 마리와 북을 준비했다. 저녁이 되자 양을 거꾸로 매달아 북 면에 양의 앞발굽이 다을 수 있도록 했다. 거꾸로 매달린 양은 피가 머리 쪽으로 쏠리자 고통스러운 나머지 마구 발버둥을 쳤고 따라서 그 발이 계속 북을 두드렸다. 양이 북을 두드리는 동안 송나라 군대는 북소리를 뒤로 한 채 슬그머니 사라졌다.

 

금군은 송군 진영에서 끊임없이 북소리가 들리자 별다른 의심 없이 병사들을 정비하는 등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에 대비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금군은 이것이 속임수라는 사실을 몰랐다. 금군이 속임수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송군은 이미 흔적도 없이 떠난 뒤였다.

 

『설악전전 說岳全傳』에도 악비(岳飛)가 적군에게 착각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 “몰래 각, 원수들에게 통보하여 각, 진영마다 가짜 깃발을 내걸고 양을 거꾸로 매달아 북을 치도록 명령했다”는 기록이 있다.

 

무기의 발전은 전쟁 형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따라서 ‘현양격고’의 방법으로 적을 현혹하는 것은 이미 새로운 전쟁 형세에 적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시대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새로운 형식으로 변화했다. 소련군의 주코프(Geongi k. zhukov)원수는 드니에페르 강 전역에서 이 계략을 활용했다.

 

그는 밤을 틈타 독일군 진지 전방 40, 미터 앞에서 고음의 나팔을 불고 전축을 이용하여 기계 부대가 이동하는 소리를 틀어놓았다. 이 소리는,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밤새 끊이지 않았고, 독일군은 주코프가 대량의 장갑 부대를 이동시키는 줄로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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