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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염퇴(恬退)의 미덕

명리(名利)에 욕심이 없어 벼슬을 내어놓고 물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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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기사입력 2020-06-24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염퇴(恬退)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저는 과문(寡聞)해서인지 이 아름다운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염(恬)이라는 글자는 ‘편안할 염’ 자라 합니다. 그러니까 ‘염퇴’는 명리(名利)에 뜻이 없어서 벼슬을 내놓고 물러난다는 뜻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이 은퇴(隱退)입니다.

 

그러나 은퇴는 염퇴와는 사뭇 다릅니다. 은퇴는 말 그대로 물러나 숨는 것, 혹은 숨기위해 물러나는 것이 은퇴이지요.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 : 1467~1555)는 유교의 나라 조선을 이끈 선비며 학식과 교양 외에도 권력 앞의 당당함과 몸에 밴 도덕성, 출세나 벼슬에 대한 초연(超然)함을 지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1542년에 농암은 정계를 은퇴했습니다. 더 높은 자리가 가능했지만 관심이 없었지요. 임금과 동료들의 만류도 뿌리쳤습니다. 벼슬에서 물러날 때, 도성 경복궁과 한강 제청정에 마련된 전별연(餞別宴)은 조선조 유일의 정계 은퇴식이었습니다. 은퇴 후 임금의 거듭되는 상경 명령에도 불구하고 올라가지를 않았지요.

 

이런 일은 우리나라 수천 년 역사 이래 없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실록(實錄)’은 이를 ‘염퇴’(恬退)라 규정을 했습니다.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 : 1563~1628)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사람이 알아야 할 온갖 지혜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 책의 「인물부(人物部)」에 ‘염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염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명리(名利)에 욕심이 없어 벼슬을 내어놓고 물러남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은 벼슬이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기어오르려고 기를 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요. 그런데 벼슬에서 물러나는 일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익을 취하는데 급급하지 않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이수광은 그 항목에서 조선 사람으로는 벼슬, 명예, 이익에 욕심을 버렸던 대표적인 인물로 농암을 선정하였습니다.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벼슬을 지내고 경상감사와 호조참판에 이른 고관이었으나 벼슬과 이익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청렴하고 강직하게 일을 처리했고 말년에는 온갖 욕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어부사(漁父詞)」라는 노래를 지어 부르며 안온하게 89세의 일생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후배 퇴계(退溪) 이황(李滉 : 1501~1570)이 그를 가장 존경하고 따랐던 분이라네요.

 
그리고 사암(思庵) 박순(朴淳 : 1523~1589)이라는 분은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고 시인으로도 명성이 높았으며 학자로서도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벼슬이나 이익에는 언제나 담박하여 물러날 때는 미련 없이 벼슬을 던져버리고 시골에 염퇴하여 여생을 보내면서 아무리 벼슬에 나오도록 권유했으나 끝까지 서울에는 발도 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관대작으로서는 가장 뛰어난 ‘염퇴’의 인물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수광은 말합니다. “벼슬에서 물러나 살면서 세상일에는 뜻을 끊으니, 그의 청렴한 절개는 늙을수록 더욱 높았다. 근래 대신들은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남에 끝내 그분과 같은 사람은 적었다.”라고 평을 달았습니다.

 

벼슬은 놓기가 어렵습니다. 이익을 거부하기는 더욱 힘든 일이지요. 한번 높은 지위에 오르면 영원히 붙들고 싶고, 한번 국회의원이 되면 죽을 때까지 하고 싶고, 그만두고는 다른 어떤 벼슬이라도 결단코 더 해야만 되겠다고 온갖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염퇴의 미덕’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저야 평생 권력이나 벼슬에는 별 뜻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한 후, 원불교 남자교도들 모두가 펼치는 도덕발양(道德發揚) 단체인 원불교 청운회장을 거쳐, 보은동산 회장, 원불교 문인협회장, 통일운동단체인 원불교 모려(慕麗)회장, 사회복지법인 청운보은동산 이사장 등등, 평 교도로 할 수 있는 모든 명예는 거의 누려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이 모든 직책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염퇴의 미덕을 발휘 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특히 도가(道家)의 인물들은 욕심이 담박(淡泊)하고 재색명리(財色名利)에 초연해야 합니다. 질척거리면 추해집니다. 육신의 발자취는 땅에 남고, 마음이 발한 자취는 허공에 도장 찍히며, 사람의 일생 자취는 끼쳐 둔 공덕으로 세상에 남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인은 형상 있는 창고만 채우려 힘쓰지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무형한 진리 세계의 창고를 채우기에 힘쓰면 영생이 복되고 영예로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직에 나아가는 우리 덕화만발 가족은 모두가 이 ‘염퇴의 미덕’을 발휘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6월 2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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