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덕화만발'德華滿發']상가승무노인곡

도덕이란 사람이 살아가야할 바른 도리

- 작게+ 크게

덕산
기사입력 2020-06-18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최근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을 저버린 ‘패륜(悖倫)’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려 우리를 당황케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들 사건의 동기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 ‘도덕적 위기’와 함께 생명경시 풍조의 심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도덕(道德)이 무너진 결과일 것입니다 도덕이란 사람이 살아가야할 바른 도리입니다. 사람이 가야할 길을 모르니 인륜강기(人倫綱紀)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옛날에 ‘상가승무노인곡(喪歌僧舞老人哭)’이라는 말이 전해 옵니다. 여승(女僧)은 춤추고 노인은 통곡하다는 뜻이지요. 조선시대 새로 등극하여 어진 정사를 펼쳐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님이 계셨습니다. 선비들은 글을 읽고, 백성들은 잘 교화되어 맡은 바 소임에 힘을 쓰니 나라가 평안하고 인심은 후하였습니다.

 

어느 날, 임금은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둘러보기 위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몰래 도성을 순시하였습니다. 임금이 도성을 둘러보다가 어느 골목길로 들어서니 문득 창문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민가 한 채가 눈에 띄었지요. 마침 창문이 열려 있어 방안을 들여다보던 임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방안에는 머리가 허연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 앞에 술과 안주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인은 술과 안주를 먹지 않고 두 손으로 낯을 가린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더욱 더 이상한 것은 노인 앞에 있는 젊은 사내와 머리를 깎은 비구니(比丘尼)입니다.

 

사내는 상복을 입은 채 노인 앞에 앉아 흥겹게 손뼉을 치며 만수가(萬壽歌)를 부르고, 비구니는 그 노랫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임금은 무슨 곡절이 있음을 눈치 채고 사립문 앞으로 다가가 주인장을 부릅니다. 이윽고 노인이 달려 나와 사립문을 열자 임금이 말했습니다. “나는 지나가는 길손인데, 방안에 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려 무슨 영문인가 싶어 잠시 들렀소.” 노인은 곧 손님임을 알아차리고 임금을 방안으로 모셨습니다.

 

“다행히 음식과 술이 있으니 한 잔 드시고 가시지요.” 노인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선 임금이 물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노인은 울고, 상주는 노래하며, 여승은 춤을 춥니까?” 그러자 노인은 금세 눈물을 흘리며 대답합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가난하게 살았으나 자손에게는 늘 충효(忠孝)를 가르쳤습니다. 작년에 저의 늙은 처가 병으로 죽었습니다. 그래서 이 늙은이는 아들과 며느리에 의지해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늘 글을 읽고, 효성 지극한 며느리는 베를 짜서 살림에 보태고 있습니다.”

 

“그럼, 상복을 입은 사람과 머리를 깎은 여승이 아들 내외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럼 며느리는 왜 머리를 깎았소?” “들어보십시오. 사실 오늘은 이 늙은이의 회갑 날입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잔칫상을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자식과 며느리는 이 때문에 가슴이 미어졌던 게지요.

 

그래서 아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 음식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며느리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지요. 아들은 선비인데 머리를 깎으면 사대부들의 놀림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효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며느리는 아녀자인 자신이 머리카락을 잘라 이렇게 술상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 늙은이가 죽지 않고 자식에게 얹혀 사는 것도 안타까운 데, 집안이 가난하여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자식 내외의 용모까지 헐어 술상을 받으니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노인의 말을 듣고 임금은 가슴이 뭉클했습다. 임금은 아들 내외를 도와줄 방법

을 생각하다가 가만히 아들에게 말합니다. “그대는 얼마나 글을 읽었는가?” “아직 부족하오나 대개 선비들이 공부하는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반드시 그대의 효성(孝誠)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 있을 것이네. 어머님의 상례를 마칠 즈음...아마도 나라에서 과거가 있을 것이네. 반드시 과거에 응하게, 아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네.”

 

이윽고, 세월이 흘러 아들은 상복을 벗었습니다. 마침 나라에서 과거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아들은 과거시험 에 응했지요. 그때 임금은 몸소 과장(科場)에 납시어 손수 시제(試題)를 냈습니다. 아들은 시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상가승무노인곡(喪歌僧舞老人哭).> 즉, 상주는 노래하고, 여승은 춤추며, 노인은 운다는 뜻이었지요.

 

어떻습니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모에게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효심이 하늘을 감동시킨 결과일 것입니다. 어서 땅에 떨어진 도덕을 바로 세우는 데 모든 열정을 다하는 것이 우리 덕화만발 가족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닐 런지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6월 1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나눔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