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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인생의 짐

인생 자체가 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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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기사입력 2020-06-17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참 인생의 짐이 무겁습니다. 그 힘든 짐을 지고 잘도 그 긴긴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이젠 정말 그 수고로운 짐에서 해방 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요. 얼마 전 개그맨 이경규씨가 “인생의 짐을 함부로 내려놓지 마라”는 강연을 해 큰 반응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지고 가는 배낭이 너무 무거워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정상까지 올라가 배낭을 열어 보니 먹을 것이 가득했다.” 인생도 이와 다를 바 없다고 했습니다. 짐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마다 힘든 짐을 감당하다가 저 세상으로 갑니다. 인생 자체가 짐입니다.

 

가난도 짐이고, 부자도 짐입니다. 질병도 짐이고, 건강도 짐입니다. 책임도 짐이고, 권세도 짐입니다. 헤어짐도 짐이고, 만남도 짐입니다. 미움도 짐이고, 사랑도 짐입니다. 살면서 부닥치는 일 중에서 짐 아닌 게 하나도 없지요. 차라리 이럴 바엔 기꺼이 짐을 짊어지라고 합니다. 그러면 언젠가 짐을 풀 때 짐의 무게만큼 보람과 행복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들은 강을 건널 때 큰 돌덩이를 지고 건넌다고 합니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네요. 무거운 짐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 아닌지요? 헛바퀴가 도는 차에는 일부러 짐을 싣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짐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손쉽게 들거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면 그건 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무거운 짐은 처자권속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늙고 병들어 죽기 전까지의 고통이 정말 고통입니다. 무거운 짐이지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입니다. 인생의 무상(無常)과 허무(虛無)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손에 들고 온 것이 없이 빈손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죽어갈 때도 일생 동안 내 것인 줄 알고 애써 모아놓은 재색명리(財色名利) 모든 것을 그대로 버려두고 빈손으로 죽어갑니다.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말고 분수에 편안하면서 본래의 마음을 찾는 공부에 노력했다면 조금 덜한 짐일 텐데 그 과도한 욕심이 이렇게 고통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과도하게 평생 걸머진 이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 버리면 얼마나 가볍고 편안할 까요?

 

우리가 죽어갈 때 꼭 가지고 가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청정일념(淸靜一念)과 서원일심(誓願一心)입니다. 옛날 고려시대에 나옹선사(懶翁禪師 : 1320년∼1376)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고려 공민왕 때 고승이지요. 그분의 선시(禪詩)에<부운(浮雲)>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空手來空手去是人生 :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生從何處來死向何處去: 어느 곳에서 왔으며, 어느 곳으로 가는가.

生也一片浮雲起 : 낳는다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

死也一片浮雲滅 ; 죽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없어지는 것이니

浮雲自體本無實 ; 뜬구름은 자체가 본래 실상이 없는 것.

生死去來亦如然 ; 죽고 살고 오고 가는 것도 역시 이와 같도다.

獨一物常獨露 : 그러나 여기 한 물건이 항상 홀로 드러나

湛然不隨於生死 ;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네.」

 

어떻습니까?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없는, 세상에서 물처럼 바람처럼 모든 탐욕을 버리고 무소유의 넉넉함이 느껴지지 않는가요? 인간은 죽음 앞에서는 평등한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향유(享有)했던 부(富)와 명예(名譽), 권력(權力)도 모두 짐입니다. 인생사 이 모든 짐이 누구에게나 뜬구름과 같은 것이지요.

 

나훈아의 노래 <공(空)>

 

「살다보면 알게 돼 일러주지 않아도/ 너나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면 웃음이 나지/ 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잠시 왔다 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고 싶지 않아도/ 너나나나 모두 다 미련하다는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면 이미 늦어도/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란 것을/ 잠시 스쳐가는 청춘 훌쩍 가버리는 세월/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아무리 유행가 가사라도 여기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는 나훈아의 절규(絶叫)는 아무래도 인생의 짐을 기꺼이 짊어지라는 진리의 목소리가 아닌지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6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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