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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호은(怙恩) '은혜를 믿음'

베풀면 반드시 돌아오게 되는 '인과(因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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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기사입력 2018-12-27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참전계경(參佺戒經)》제193사(事)는 <호은(怙恩)>입니다. 그런데 이 호(怙) 자는 우리가 평소 잘 쓰지 않는 ‘믿을 호’자입니다. 그러니까 <호은>은 ‘은혜를 믿고 의지함’이라는 뜻입니다. 또 이 <호은>과 비슷한 말로 우리는 <보은(報恩)>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니까 <보은>은 ‘은혜를 갚음’이라는 뜻이지요.

 

그럼 우리는 어떤 은혜에 의지하고 살아가야할까요? 그건 바로《사은(四恩)》입니다. 그 네 가지 큰 은혜는 원불교의 중심 교리로《천지은(天地恩)⦁부모은(父母恩)⦁동포은(同胞恩)⦁법률은(法律恩)》을 말합니다. 그러니까《사은》은 우주의 진리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한 네 가지 존재분류로서 세상과 나와의 관계를 은혜로 파악한 긍정적 세계관이지요.

 

우리는 이《사은》을 <생성의 원리, 신앙의 근원, 윤리의 원천>으로 구명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주를 생성 발전시키고, 천지만물을 형성하는 원리이며, 모든 생명을 상부상조하게 하는 통합의 기운이고, 우주에 편만(遍滿)한 생명력이《사은》인 것입니다.

 

《사은》은 바로 진리의 응화신(應化身)으로서 직접적 ‘죄 복과 인과의 근원 처’이기 때문에 신앙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를 우리는 ‘은(恩)’으로 규정하고, 나’와 ‘만유(萬有)’와의 생존관계의 윤리규범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피은(被恩:은혜를 받음)됨을 깨달아 보은하는 것이 곧 윤리의 당위규범입니다.

 

첫째, 천지 은입니다.

우주만유 전체의 진리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천지 자체의 존재와 그 진리의 작용으로 인한 무한한 은혜가 아니면 우리는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진리가 천지를 통하여 무한 상생대도(相生大道)를 발휘함으로써 나타내주는 은혜가 천지 은인 것입니다.

 

둘째, 부모 은입니다.

만사 만리(萬事萬理)의 근본인 ‘나’를 낳아서 자력이 없을 때 무한한 자비로써 길러주시고, 인도대의(人道大義)를 가르쳐주신 부모의 은혜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무 자력자 보호의 도’가 피은(被恩)된 강령됩니다. 이 도를 실행하는 것이 부모보은이지요.

 

셋째, 동포 은입니다.

모든 존재가 서로 ‘자리이타(自利利他)’로 맺어진 관계를 말합니다. 자리이타는 동포가 서로 상부상조하는 공존공영의 원리이지요. 그러므로 공정한 입장에서 자리이타의 원리를 행하는 것이 피은에 대한 보은이 되는 것입니다.

 

넷째, 법률 은입니다.

종교도덕법이나 국가 사회법이 인도정의(人道正義)의 공정한 법칙을 제시하여, 개인⦁가정⦁사회⦁국가⦁세계에 안녕질서를 유지하고 살게 해 주는 은혜를 말합니다. 법률 은에서는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도’가 강령입니다. 그러므로 이 도를 실천하는 것이 보은이 되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이《사은》이《참전계경》제 193사인 <호은>, 즉 ‘은혜(恩惠)를 믿고 의지함’의 구체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호(怙)란 은혜에 의지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나에게 은혜를 입히면, 마땅히 그 은혜 갚을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에게 입힌 은혜의 깊음을 도리어 가볍게 알고, 은인(恩人)의 은혜가 멀어졌다고 이를 저버리고, 보답할 것을 기피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배은(背恩)인 것입니다.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이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입니다. 사람 안에 본래 있는 태양처럼 밝은 마음, 양심(陽心)이 깨어나면 반드시 보은의 바른길이 보일 것입니다.

 

몇 년 전, 영국에서 이 ‘나눔과 보은’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리 나와! 이 도둑놈아! 도대체 뭘 훔친 거야?” 약국 주인아주머니는 예닐곱 살로 보이는 까까머리 소년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호되게 야단을 칩니다. “아주머니! 어머니에게 약을 가져다 드리려고요…” 고개를 푹 숙인 소년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잠깐만요!” 바로 그 순간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저씨가 끼어들었습니다.

 

“얘야, 어머니가 아프시니?” 소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지요. 소년의 사정을 눈치 챈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약값을 대신 치렀습니다. 그리고 소년과 비슷한 또래인 딸 ‘스위티’에게 야채스프를 가져 오라고 시킵니다. 잠시 아저씨와 눈을 맞춘 소년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약과 스프가 담긴 비닐봉투를 받아 들고 집으로 뛰어갑니다.

 
그리고 30년 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노인이 된 아저씨는 딸 스위티와 함께 예전의 그 자리에서 여전히 음식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는 가게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응급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노인’과 그 곁을 지키는 딸 스위티에게 무려 2700만원의 병원비가 청구되었습니다.

 
병원비 마련에 노심초사하던 스위티는 결국 가게를 급매물(急賣物)로 내놓지요.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스위티는 아버지 침상 곁을 지키며 잠에 듭니다. 그 때 기적(奇蹟) 같은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침상 위에 살포시 놓여있는 병원비 청구서에는 병원비가 ‘0’원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청구서 뒤에는 조그만 메모지 한 장이 붙어 있었습니다.

 

“당신 아버지의 병원비는 이미 30년 전에 지불됐습니다. 세 통의 진통제와 야채스프와 함께…” 그 때 딸 스위티의 머릿속에 30년 전 약을 훔치다 붙잡혀 구박을 받던 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그 소년이 어엿한 의사로 성장해 바로 아버지의 주치의를 맡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의사는 지극정성으로 아버지를 돌보아 드렸지요.

 

보은이란 이처럼 ‘맑고 밝고 훈훈한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은 베풀면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인과(因果)이지요. 그리고 좋은 인(因)을 심으면 좋은 과(果)가 돌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사은》의 은혜를 깨닫고 그《사은》의 은혜를 믿고 의지하고 갚아가는 것이 <호은>이고, <보은>이 아닌지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월 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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